꿈일기) [160808] 도향아씨 이야기
2016.09.04 22:01

 

시대는 개화기 쯤의 한창 번청하던 도시에서 손에 꼽는 부잣집의 대감마님 부부가 데려와 금이야 옥이야 하며 키우던 아가씨에 대한 이야기임. 아가씨의 이름은 금도향. 예쁘게 수놓아진 비단치마가 잘 어울리던 그는 침팬지였다.

나는 그 집의 고용인이었음. 도향아씨를 챙겨드리고,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 내 임무였음. 대감마님 부부는 좋은 분들이셨고 도향아씨도 정말 착하셔서 나는 그 저택에 묵으면서 일하는게 정말 즐거웠고 나에게 제공한 전부 항상 아씨와 같은 좋은 것이었음.

대감마님 부부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투철한 사람들이었음. 가진 것이 많은 만큼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에 거리낌없는 분들이라 소문도 좋은 분들이었음. 이곳에 살며 대감마님께 신세 안 져본 사람이 더 드물 정도라 아가씨에 대해서도 다들 친절했음.

이곳에서 내 이름은 만옥이었음. 나는 아씨를 도향언니라고 불렀고 아씨는 나를 만옥아~하고 불렀음. 본래는 일년 내내 그 집에 머물며 언니와 함께해야하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짧은 휴가를 받아서 일주일쯤 저택을 떠났었음.

돌아와보니 저택이 흉하게 무너져 있고 거기에 살던 가족들은 간 데를 몰랐음. 아가씨가 어디에 팔려갔다느니, 대감마님부부가 나라에 끌려가 맞아죽었다느니 하는 온갖 흉흉한 소문만 들려왔음. 나는 그 마을에서 계속 일하며 돈을 모아 저택이 있던 자리 근처에 가게를 하나 냈음. 주로 파는 것은 채소와 과일. 도향언니가 좋아하는 것들이었음. 저택에 혹시라도 언니가 찾아온다면 이것들을 보고 이 가게에 들러주지 않을까 싶어서 시작했던 것인데 이삼십년이 지나고도 언니는 소식이 없었음.

어느날 소문이 하나 들려왔음. 어드메의 동물원에 사람처럼 옷을 입고 말도 하는 침팬지가 있다는 이야기였음. 보고왔다는 사람이 하는 이야기를 주워들으니 고운 말투에 치마를 차려입었지만 그래봐야 털 부숭부숭하고 살 뒤룩뒤룩 찐 원숭이라고 했음. 주제에 사람들을 안 보려고 동굴 깊숙한 곳으로 숨으려고 든다며 자기가 못난 건 아는 거 같다고 심한 말을 마구 해댔음.

도향언니는 여린 사람이었음. 저런 취급을 받았다면 위축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나는 그 동물원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가야하는지 등등을 알아보았음. 조사하더 중에 또 다시 언니에 대한 다른 이야기가 귀에 들어왔음. 동굴에 틀어박혀 나오질 않자 담장을 넘어 그를 동굴에서 끌어내려고 했던 사람들이 보안시설에 의해 여럿 죽었다는 소식이었음. 듣자하니 취미가 특이한 사람의 수집품으로 지내고 있는 모양이었음.

하루빨리 언니를 만나러 떠나야겠다고 준비를 서두르던 나에게 어떤 사람들이 찾아왔음. 그들은 나에게 금도향이란 사람을 아는지 물어보고 대감마님이 주었던 일과 아씨에 대한 것이 금실로 수놓아진 긴 띠(고용계약서+증명서 같은 것)를 확인하고서는, 금도향 씨가 만옥 씨을 찾고 있다고, 만나봐달라고, 모시러 왔다고 했고 나는 그들을 따라 언니를 만나러 갔음.

한참을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큰 축제 같은 걸 한다던 큰 건물이었음. 나는 특별 손님으로, 언니를 만나기 위해 길게 줄 서있는 사람들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갔고, 언니가 점점 보이기 시작했음.

옷은 나름대로 좋은 옷을 입고 있었지만, 스트레스를 보여주듯 언니의 곱던 털이 푸석하고 듬성듬성했음.

"도향언니……."

"만옥아 잘 지냈니? 보고 싶었어."

그런 모습인데도 웃으면서 말해주는 상냥한 말에 눈물이 왈칵 솟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