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죽은 자들이었어. 정확히는 움직이는 시체였지. 그저 죽은 자들이라고 불렸지만, 좀비에 가까운 존재들이었을 거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악마에게 죽은 자의 시체였지. 악마들은 우리를 농락하고 희롱하여 죽인 후에도 놓아주지 않고 시체를 제 장난감으로 삼았어. 맞아. 우리를 좀비로 만든 것은 그들, 악마였어.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니?
움직이는 시체에게 이지가 있다는 사실이?
우리는 어느 날 신의 목소리를 들었단다. 그리고 자신에 대해 떠올렸어. 생전의 내가 어떤 일을 겪었고, 어떤 존재였고,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생각할 수 있는 사고력도 다시 나에게 깃들었지. 그것은 참 신비하고 끔찍한 일이었어. 어떻게 그러지 않을 수 있겠니? 죽음의 순간에 느낀 고통과 절망을 생생하게 다시 느껴야만 하는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신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단다. 그 모든 끔찍한 경험들을 정말로 이 세상에 남기지 않을 수 있는 진정한 죽음을 우리에게 준다고 말씀하셨거든. 맞아. 우리의 시체에 안식을 줄 수 있는 성전에 참가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야.
우리는 악마들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이미 죽어 두 번은 죽일 수 없는 악마들과의 전투는 끝이 없었지. 처음에는 그들의 손짓 한 번에 분쇄되어 핏덩이가 되기 일쑤였지만, 우리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몸이 재생되었기 때문이지. 우리를 도망칠 수 없게 만들어 더욱 큰 절망을 주며 괴롭히기 위해 악마들이 수작을 부렸던 것이 도움이 될 줄이야. 과욕은 금물이라는 말이 문득 떠오르더구나.
악마들은 불멸의 존재가 아니야. 영원에 가깝게 존재할 수 있지만 그들에게는 소멸이라는 끝이 존재하지. 우리는 신이 주신 것들을 통해 악마들에게 소멸에 가까워지는 고통을 줄 수 있었다. 어차피 우리에게 시간은 넘치도록 있으니, 1mm라도 소멸에 가깝게 만들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했단다. 그것이 쌓이면 1cm만큼 가까워지고, 1m만큼 가까워지고, 끝내는 소멸에 이를 때까지 누적되지 않겠니?
우리는 그렇게 가장 오만하던 악마를 소멸시켰다. 그 후에도 또 하나를, 하나를, 하나를.
악마들은 말이야, 처음에는 소멸당한 악마를 비웃기 바빴단다. 고작 노예 따위에게 소멸당하는 머저리같은 놈이라고 손가락질을 하며 야유했지. 하지만 소멸당한 악마의 수가 늘어날 수록 그들은 소명당한 악마가 자신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아야만 했어. 그리고 우습게도 우리를 청소하자며 동맹이라는 것을 만들더구나.
악마 연합이라니.
정말 웃긴 단어의 조합이구나.
((대충 이 뒤에 개쩌는 대전투와 눈물나는 신파가 있었지만 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