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니오는 바카리오가 태어난 순간부터 바카리오한테 감겨있었겠지…… 한순간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는 사람이 존재한다는건 어떤 기분일까?
영웅대전에서 해결되기 전까지 날서있던 시기에 조차도 무심코 용서해버리고 싶어질 정도로 동생을 미워하지 못하던 아폴로니오 형아의 존재가 바카리오에게는 언제나 하늘에 떠서 세상을 비추는 태양 같았을까?
바카리오가 히어로가 된 것도 히어로인 형의 모습을 보고 자랐기 때문이고, 그런 형이 히어로로서 모두를 지켜주길 바라며 자기 목숨을 던졌고, 자기가 죽은 후에도 이곳을 지켜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을 존재라는 건 말그대로 태양이라는 이름에 가장 잘 어울리죠….
바카리오에게 일부러 더 말을 세게 하면서 화를 내던 것도 결국 타락한 동생을 혼내서 재기시키고자 했던 걸테고, 빌런에게는 한치의 자비 없이 가차없어지던 형이 자기에겐 말로는 죽이네 어쩌네 해도 칼같이 굴지 못하고 히어로답지 않은 모습만을 지적하는 걸 보며 바카리오도 아폴로니오가 자기의 재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걸 눈치챌 수밖에 없었을 거고. 바카리오는 그런 형의 기대를 알면서도 방탕한 주정뱅이의 모습을 보여주며 실망시킬 수밖에 없었던 거고. 그걸 보며 아폴로니오가 아무리 자신에게 실망하고 분노해도 결국 자기를 죽이지 못하리라는 확신이 있으니까 바카리오는 영웅대전 때 자신에게 화가 나있는 아폴로니오 앞에 나설 수 있었겠지. 왜냐하면 바카리오는 결코 아폴로니오에게 죽어서는 안 되니까, 바카리오가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 상대는 프로메트릭이었으니까 형의 사랑에 대한 근본적인 믿음이 없다면 아예 완전히 잠적했을테죠. 바카리오는 아폴로니오에게 모든 걸 숨길 것을 각오하면서 속이게 되는걸 미안하게 여기면서도 형이 자신을 정말 죽일 거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면…… 얘도 궁극적으로는 중증 브라콤인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