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위즈) 은막피카 감상
2023.09.02 23:05

커플 떡밥이랑은 별개로 피카레스크의 더블 주인공인 케네스랑 개스퍼 둘 다 인생 너무 기구한데 그 얘기가 은막피카 후반 내내 중심소재로 오르면서 울컥하는 부분은 있음...

괴도 일족 포와카르에게 납치당해서 후계자로 길러져 자신에 대한 것이라곤 없이 새로운 이름을 부여받으며 지내와,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설정을 확인하고 자기암시를 걸며 자아를 유지하던 개스퍼나

길거리에서 부모도 없는 고아로 주워져 이름조차 없이 저것이라고 불리며 도박에 목숨을 걸고 소매치기에 하루벌어 하루 살며 돈에 자기의 모든 걸 파는 케네스나

인신매매에 납치에 인권도코?싶은 미쳐버린 세계관에 너무나 익슥해져있는 주인공들 보면 너무 슬퍼진단 말이야...

이러니 저러니해도 둘이 같이 붙어있는 건 결국엔 서로 비슷하게 내용물이 비어있던 인간들이기 때문에 끌리는 것이 꽤 큰 이유가 아닐지...

그리고 이름에 집착하지 않고 언제나 훌쩍 버리던 둘이 처음으로 케네스 하우어와 개스퍼 아르닉이라는 이름에 의미를 부여하고 자기를 그 이름으로 정의하며 정착하는 과정도 서로가 중요한 방아쇠였다는 점도... 좋음

케네스야 애초에 자기가 뭔가를 가지고 있는 것 자체를 부담스럽게 여기던 하루살이 인생이었는데 개스퍼에게 사들여면서 이름부터 직장, 동료들 같은 것들을 가지게 되고, 거기서부터 변화하기 시작했고

개스퍼는 그저 설정에 불과했던 개스퍼 아르닉이라는 이름에서 동료들의 사랑을 받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잊고 있던 과거의 맹세를 떠올리며 위태롭게 무너졌던 멘탈을 다잡고 최초의 목표를 되찾아 다시 달리기 시작하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느낌이니까

이름을 불림으로서 이루어지는 수많은 관계들을 잡으려고 하지 않았고 여태 그것들을 이름과 함께 버리며 살아온 두 사람이 하나의 이름으로 자신을 정의하고 그 이름과 관련된 관계를 손에 쥐고 놓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이야기...였고

결국 둘 다 <이름>을 자신의 것으로 완전히 소유하며 인간으로서 한단계 발전했다는 부분이 은막피카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두 사람의 성장일까...? 라고 생각하는 중

2021.4.27 0:42


은막개스케네 심화보이스 쭉 들으니 개스퍼는 완전 결연하게 다짐하는데 케네스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네~하고 가볍게 말하는데 둘 다 자기의 앞으로의 삶의 방향에 대해서 얘기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좀 눈물이 남...

은막 개스퍼
심화5 "케네스는 들개와 같지. 내가 완전히 이해할 일은 없어. 하지만,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같이 있을 수 없는 것도 아니잖아?"
심화6 "실수를 용서받을 정도로 내 인생은 쉽지 않아. 하지만, 용서받지 못한다면 실력으로 용서하게 만들 뿐이다."
심화7 "이번 사건을 통해서 나는, 개스퍼 아르닉으로 있을 것을 선택했다. 선택한 이상, 끝까지 연기해나갈 뿐이다."
달성 "재미없는 이야기를 제법 해버렸군. 나답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어."

은막 케네스
심화4 "이름은 뭐가 되든 좋아. 하지만 케네스 하우어라는 이름은 싫지 않다고?"
심화5 "이 녀석도 저 녀석도 집안이니 일족이니 너무 떠안고 있다니까? 죽으면 전부 0가 된다고?"
심화6 "착오가 생겨서 개스를 죽이게 된다고 해도 그때는 그때 일이지. 키우던 개한테 손을 물리는 녀석은 그 정도 밖에 안 된다는 걸로."
심화7 "언제든지 도망갈 수 있게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게 내 신조였어. 하지만 뭔가를 짊어져버리는 것도 가끔은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어."
달성 "생각해보면 너랑 같이 있게 된 것도 오래됐네. 둘 다 용케 살아있는 거지."

2021.5.16 3:36
2023.09.02 23:06 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