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루리 공방의 바닥은 전투 후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이고 있었습니다.
거대한 기계인형의 움직임이 주는 충격과 부하를 견디지 못한 블럭들이 깨지고 부서져 엉망이었습니다.
특히나 돌덩이가 널린 망가진 기계 인형의 앞에서 그를 찾아냈습니다. 산병은 기계 인형과 연결되어있다가 끊어진 관에서 흐른 액체에 잠겨있었습니다.
굳게 감긴 눈꺼풀은 영영 뜨일 것 같지 않았습니다.
추락하여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팔다리는 그럼에도 어디 하나 부러진 곳이 없었는데도 말입니다.
그녀는 그런 한 형해를 내려다보며 박사와 거래하며 기억을 확인할 때 알게 된 어느 사실을 곱씹었습니다.
그를 죄인으로서 취급할 수 없게 됐는 걸.
그는 자신을 '인형'으로 정의하고 살아왔어.
그의 여태까지의 행적은 어디까지나 인형으로서의 발자취야.
그는 인간으로서 사는 삶에 무지해.
無知.
하물며 그가 무지한 상태로 살아온 원인이 악의적인 타의에 의한 것이기에 그냥 보아 넘길 수 없었습니다.
지식과 지혜를 관장하는 신으로서 그에게 앎의 기회를 주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