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 스카라무슈의 부하
2023.07.13 00:29

스카라무슈에게 인간이란 무시할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산병」 스카라무슈의 부하로 배치된 이들은 임무를 한두번만 거쳐도 새로운 녀석들로 채워졌다. 마치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쓰임이 다하면 쓰레기통에 집어넣은 뒤 새로운 일회용품을 꺼내듯이 갈려나가는 인간들을 보고 있노라면 관심을 둘 필요를 느끼려야 느낄 수 없었다. 그나마 오랜기간 살아남아 보좌급까지 올라오는 놈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어떻게든 다른 집행관 밑으로 도망치듯 옮겨가기 일쑤였다.

그들의 입을 통해 뒤에서 여러 이야기들이 도는 것도 알았지만 무시했다. 인형 따위의 평판에 무슨 관심이 그리 많은지. 관심을 두지 않던 스카라무슈 본인의 귀에도 몇 가지 소문은 들어올 정도였다. 도토레님의 애완용 생쥐라느니, 살육 인형에 불과한데 왜 서열 6위나 되는 집행관의 자리에 있는지 모르겠다느니, 여왕 폐하께 충성심이라곤 전혀 없는 위험 분자라느니. 스카라무슈는 콧방귀를 뀌고 그 말을 떠들어대는 놈들을 무신경하게 넘기곤 했다. 좋을 대로 떠들라지. 실상 그리 다른 이야기도 아니고. 무엇보다 그런 말을 하는 녀석들은 결국 금방 죽어서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새로운 병사로 채워지고 끝날 터였다.

종이에 스며든 잉크 자국에 불과해진 죽은 인간, 죽임당한 인간, 죽어버린 인간. 오늘도 스카라무슈는 쓰레기처럼 버려지는 말단 병사들의 목숨을 세어 숫자의 형태로 보고서에 남겼다. 인간이란 기이한 생물이다. 이기적이라 신뢰 따위를 줄 가치도 없으며 대체로 무능하기까지 했다. 그런 주제에 죽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그들의 이상이나 충성심 따위에 제 목숨을 던지는 것이다.

불가해한 것은 결국 무시할 수밖에 없다.

스카라무슈는 만년필을 책상에 내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