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10일
이곳은 여러 종족이 어울려 살아가는 세계. 그리고 그는 그런 세계에서 높은 작위를 가지고 도시를 다스리고 있는데, 그의 정체가 드래곤이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가 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지식은 시민에게 아낌없이 풀렸고, 그의 도시는 평화롭고 풍요로웠다. 이곳의 시민에게 마법은 누구든 다룰 수 있는 기술이었고, 예술은 자연스럽게 즐기는 여가활동이었다. 그런 곳이었다.
이곳에 위기가 찾아온 것은 군주에게 이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에게 무슨 저주가 닿았는지, 그에게 광기가 깃들었다. 현명하고 자애로운 드래곤은 자신의 성에 처박혔다. 스스로를 마법으로 속박하고 광기와 싸웠다. 그의 사랑스러운 도시를 부술 수는 없었다. 그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광기와 싸웠으나, 점점 상태는 악화될 뿐이었다. 결국 애써 숨기던 그가 약해졌다는 소문이 도시 밖으로 퍼졌다.
침공이 이어졌다. 시민들의 공격마법과 그의 마지막 방어마법이 도시를 지키고 있었으나, 적들은 끈질겼다.
그는 그 소란함에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그는 직감했다. 이 다음 광기에게 지면 두 번 다시 맑은 정신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그는 누구보다도 이타적인 드래곤이었다. 자신을 따르는 도시, 그곳의 시민들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그는 사룡이 되서 제 손으로 도시를 부수기 전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이 도시를 지키리라 마음 먹었다. 그의 심장에 축적되어 있던 지고한 마력이 도시의 모든 곳에 수호의 의지를 가지고 깃들었다.
도시를 해하려는 자는 결코 다가오지 못하리라.
소녀는 드래곤인 군주님에 대한 기록 중에서 도시를 지키는 보석, 드래곤 하트에 대한 이야기가 좋았다. 그와 같은 시대에 살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를 한 번이라도 만나볼 수 있었을까. 그런 상상을 하며 그를 마음 속에 그려보며, 로망을 키웠다.
어른이 된 그녀가 우연히 드래곤 하트를 볼 기회가 있었을 때, 그녀는 꿈에 그리던 그를 만나게 된다.
그녀가 가지고 다니던 작은 인형에 그였던 무언가가 깃들어 말을 걸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