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일기) [160601] 좀비 아포칼립스
2016.06.09 21:45

이상한 꿈꿨다

길가에 바닥이 보일러 튼 것처럼 따끈한 구역이 있는데 그곳에서 햄스터들을 풀어놓고 키우고 있었다. 햄스터들은 추운 건 알아서 그 구역 밖으로 나가지 않고 바닥에 떡이되어 눌러붙어있었다... 그것은 몹시 귀여운 광경이었다. 그 햄스터 가게?의 주인은 나랑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사는 아가씨였는데, 그 아가씨네 가족 구성은 아가씨+그녀의 아버지+그녀의 할머니였다. 아가씨는 괜찮은 인상이었지만 꿈 속의 나는 그녀의 가족들은 어려워했다. 어쩐지 무섭고 쎄한 느낌이 들었다.

아가씨네 가게에서 햄스터들을 맘껏 구경하고 엉덩이를 탐하고 집으로 돌아갔는데, 복도식으로 되어있는 아파트 비슷한 건물이라 필연적으로 그 아가씨네 집앞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였고, 그 날따라 그 집을 지나가는데 너무나 찝찝했는데, 왜냐하면 그 집에서 굉장히 불쾌한 냄새가 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불길한 상상을 했던 것 같다. 그 집에서 나오는 아저씨나 할머니를 최근 본 기억이 없었던 탓이다. 내가 아무리 피해도 며칠에 한 번은 마주치곤 했는데 최근에는 그 조차도 없었다. 안에서 사람이 죽었나...?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평소라면 귀찮다고 그냥 신고만 하고 넘어갔을 일인데, 나는 내 순간이동 능력을 믿고 그 집 문을 두드리고 말았다. 꿈 속의 나는 신체건장한 남자여서 더 겁없던 것일지도 모른다. 문을 두드리니 안에서 누구냐고 묻는 목소리가 들렸다. 문앞에서 하는 말은 아닌듯 소리가 멀고 작았다. 나는 당신네 집에서 불쾌한 냄새가 나니 그걸 해결해달라고 말했고, 문이 열렸다.

열린 문틈으로 그 악취가 코를 찔렀다. 아저씨는 후줄근한 차림새였고 눈빛이 흐리멍덩했다. 평소에는 흉흉할 정도로 눈빛이 살아있던 사람이라 순간 다른 사람인가 싶었을 정도로 다른 모습이었다. 그는 문을 열어주고는 말없이 비틀비틀 걸어가 침대에 널부러졌다. 힘이라곤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행동에 의아해하며 코를 막고서 언제든 도망갈 수 있게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한 후 그의 집에 돌입했는데, 내가 그곳에서 본 것은 침대가 있는 방 구석에 이불을 펴고 잠자는 듯 얌전히 누워있는 썩기 시작한 할머니의 시체가. 날이 덥진 않으니 짧은 시간을 방치한 것은 아닐 것이다.

여튼 이상한 오지랖에서 거기서 도망갔어야 할 걸, 아저씨에게 장례는 치뤄드려야하지 않겠냐고 말을 걸었다. 아저씨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 어리둥절하는 나에게 덥수룩한 머리에 가려져 있던 얼굴을 제대로 보여주었는데, 그의 몸도 썩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걸 보고 머릿속에 스치는 단어가 있었다. 좀비. 그들이 좀비가 된 거라면 이상하지 않았다. 내가 새파랗게 질리는 걸 본 그가 내 손목을 잡았다. 난 그대로 순간이동을 했다. 학교 운동장 한가운데, 상가 앞, 경찰서 앞, 마구잡이로 도망쳤지만 손목을 놔주지 않았고, 나는 취후의 방법으로 수영장 풀로 이동했다. 물 속에서는 그도 놀라서 내 손목을 놓을 수밖에 없었고, 나는 그 틈을 타 집으로 돌아갔다. 물에 젖은 몸이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좀비가 창궐한다. 약속된 전개가 아닌가. 먹을 거리를 몽땅 챙겨넣었다. 적어도 이 집에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행선지는 본가로 정했다. 그곳에서 부모님과 대책을 마련해 같이 피난하자. 그런 생각을 하며 자가용에 짐을 옮겼다. 돈이 될 것, 먹을 것, 옷가지 등을 최대한 차에 쑤셔넣고, 본가로 이동하는 것까지, 모두 순간이동을 이용해 외부노출을 최대한 줄였다. 집의 모든 문과 창문을 최대한 닫고 잠가둔 다음, 시간상 아직 집에 돌아왔을 리 없는 아저씨를 생각해 그의 집을 확인했는데 죽은 줄 알았던 할머니의 시체가 전신이 경련하고 있었다...

나는 기겁해서 당장 차로 이동해, 차와 함께 본가로 도망쳤다. 서둘러 부모님께 집으로 돌아오라는 말을 하고 마트에 가서 생수며 비상식량을 잔뜩 가서 집에 쌓아뒀다. 일단 가진 돈을 모두 털어 식량, 식수를 비축하는 등 나름대로의 대비가 모두 끝나고 돌아온 부모님께 자초지종을 설명하려고 했는데, 아빠가 틀어놨던 뉴스에 속보가 떴다.

좀비가 발생했다는 뉴스였다.

난 여기서 깸... 손목을 잡혔을 때의 느낌이 너무 더려웠다... 기분나빴다고(부르르 꿈에선 부분부분 장면이 휙휙 넘어갔는데 일단 나름대로 순서를 정리해보았다... 꿈속의 나 간덩이가 부었구나 싶고... 사지를 떠는 할머니를 보고 두번 놀라서 잠도 안 오고... 아 배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