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위즈) 페어리코드2 드래곤푸딩쿤 얘기
2023.09.02 23:34

페어리코드2 보면서 인상적이었던 부분 번역(1장. 밤은 깊어져 간다)이랑 드래곤푸딩쿤에게 과몰입한 오타쿠 주절거림 

 

1장. 밤은 깊어 간다

 

별이 없는 밤을 보고 있다.

창문을 열고 몸을 내밀어 하늘을 본다.

옛날부터 가진 습관이었다. 참을 수 없이, 그렇게 하고 싶을 때가 종종 있었다.

예전에는 하늘을 날아다녔다.

자유롭게 날고, 비와 구름과 번개를 다스리며, 많은 별을 보물과 같이 사랑했었다.

그랬던 게, 지금은 이 꼴이다.

힘을 잃고 땅에 떨어져── 별이 보이지 않는 밤하늘을 미련 가득하게 바라보다가, 그리움과 안타까움에 한숨을 쉰다.

(나는, 정말로 용이었던 걸까?)

용이었다, 라는 자각은 있다.

하지만 그 시절의 기억은 어렴풋하고, 구체적인 활약 같은 건 기억나지 않는다.

어쩌면, 자신은 용이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타츠마는 종종 그런 불안에 사로잡힌다.

(그러고보니…….)

이전의 싸움을 떠올린다.

페어리코드가 흐트러져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그 구멍을 막기 위해, 모두가 소리를 쥐어짜냈다.

(그런 일이……전에도 있던 것 같은데.)

그래서일까.

그 이후로 가슴이 술렁거려서 어쩔 수가 없다.

무언가 중요한 것을 떠올릴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어떻게해도, 확실하게 떠올릴 수 없다.

그런 애타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코우지 "어이, 타츠마. 밥이다, 밥."

길러준 아버지의 목소리가 타츠마를 현실로 되돌린다.

그래. 지금의 자신은 그저 인간인 고등학생이다.

부모에게 길러지고 밥을 먹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그것이, 지금의 자신의 현실인 것이다.

타츠마는 탄식하고, 방으로 돌아와 창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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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정신과 인간의 몸 사이의 괴리감,

용의 감정과 인간인 가족 사이의 괴리감,

용의 사고방식과 인간인 지인들 사이의 괴리감,

인간에게는 관심도 없던 용인 타츠마노카미의 자의식과 친지들이 소중한 인간인 사나에 타츠마의 삶 사이의 괴리감,

타츠마에게 지금까지의 삶은 고민의 연속이었을 터였다.

 

나는 용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인간이 아닌가?

하지만 나는 지금은 인간이다.

그렇다면 나는 용이 아닌가?

나는 내가 용임을 강하게 자각하고 있다.

하지만…….

 

기억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자기에게 확신을 가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고, 그것은 불안이 되어 타츠마를 괴롭혀 왔겠지. 온갖 미디어를 접하며 자라나는 도쿄의 청소년으로서, 어느 날은 용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자기가 용이라고 착각하는 늦은 중2병 환자일 뿐인 건 아닌지 의심을 안 해볼 수는 없었을 거고, 그렇게 쌓인 "어쩌면"들이 타츠마를 그렇게까지 몰아넣었던 거겠죠…….

 

지금은 인간의 몸이니까 어떻게든 자신이 용이라는 것을 증명해나가야 한다는 부담감도 분명 있었겠죠. 아무도 타츠마에게 용이라는 것을 증명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데도, 스스로가 용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 가장 엄격하게 용으로서의 자긍심을 지킬 것을 자기에게 억지했을 거야. 강자인 용으로서 내 구역에서 날뛰는 녀석들은 내 손으로 해결해줘야하고, 용이니까 소중한 것들을 지켜야하고, 그런데 나는 용인데 인간들 사이에서 인간인 척 하면서 뭘 하고 있는거지?하고 고민도 했다가, 내가 용도 뭣도 아니게 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용의 영혼은 결국 자기가 자기에게 용임을 끊임없이 증명하며, 그렇게 살아온 거겠죠.

 

차라리 모든 기억이 확실해서 자신감 있게 나는 용이었다! 라고 확신을 가질 수 있다면 나았을텐데 애매하게 용이란 자각만 있을 뿐이라 더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해. 결코 평범한 인간이 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용도 아닌 상태가 누구보다 고고했던 용에게는 언제나 몸을 후벼파고 있는 가시 같은 고민이었겠지.

 

암만 생각해도 그 17년 전에 있었다는 도쿄의 요정과 요괴가 모두 사라진 미다레랑 타츠마가 하늘에서 떨어졌던 사건이랑 완전 관계있을 것 같은데? 타츠마 나잇대랑도 얼추 맞지 않나? 생각했는데 역시 맞았네… 그 때 용들조차 소리를 먹혀 남은 용은 만신창이의 타츠마노카미断魔守와 라푸시누푸루쿠루 뿐이었고, 라푸시누푸루쿠루는 인간들과 친구인 타츠마에게 자신의 소리를 나누어주고 사망. 타츠마는 갓난아기의 몸에 의태해 친구의 소리를 나누어 받은 인간들에게 길러져 자라나 용일 때는 미처 듣지 못했고 알지 못했던 작은 것들의 소리를 사랑하게 되며 그것들을 자신의 보물로 여기고 용으로서 지키고자 결심하는 결말.

 

사실 타츠마가 자신이 용이라는 자각 외에는 기억이 모호해서 줄곧 자기가 정말로 용이었던 건지 불안하게 느끼거나, 인간들 사이에서 용의 사고방식을 이해받지 못하고 자아정체성에 고민하는 모습이 짠하기도 하고, 결국에는 친구의 에코를 만나 용이던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고 그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친구의 말을 이해하고 그 사랑과 자긍심을 이어가는 용이 되었다는 게 장하기도 하고 그렇네…….

 

라푸시누푸루쿠루도 용으로서 자신의 보물을 지키고자 했고, 그 보물 중에 벗인 타츠마노카미 또한 포함되었으며, 결국에는 자기의 보물을 모두 지켜낸 게 멋있고, 로맨틱해.

 

그래서 우리 드래곤푸딩쿤이 갑자기 의문의 사별남이 되어버렸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