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루
Chapter 1. 여성을 위한 이야기
니루
들어가기 전에
당시 나는 무료 웹소설 연재 앱에서 한 연재소설을 읽고 있었다. 내용은 귀족 가문의 막내딸인 주인공이 부모님과 오빠들에게 사랑받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구체적인 갈등이 없는데도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이 흥미로웠다. 조회수나 추천수는 높지만 중심적인 갈등이 없기 때문에 상업 소설로 출판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던 참이었다.
어느 날 작가가 더 이상 소설을 쓸 수 없다고 선언했다. 무료 연재였기 때문에 연재를 시작하거나 중단하는 것은 작가의 자유였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인기가 있었기 때문에 의아해하던 차, 작가의 말을 읽어보고 나는 충격을 받았다. 작가는 청소년이었고, 자신의 부모가 이혼 소송 중이라고 했다. 가정의 불화를 견디기 위해 주인공이 가족에게 무조건 사랑받는 소설을 썼지만 결국 부모님이 이혼하게 되었고 자신은 전학을 가야 해서 연재를 무기한 중단한다고 했다. 그 공지에 무수한 댓글이 달렸다. 비슷한 경험을 한 독자들이 기꺼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따뜻한 말로 작가를 위로하고 있었다.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처음에 느낀 것은 당혹감이었다. 나는 작가의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정제된 소설을 읽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갈등이나 인물, 서사 구조를 보며 자연스럽게 작품을 평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읽고 있었던 것은 상처 입은 청소년이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해 힘겹게 만들어낸 가공의 세계였다. 그리고 비슷한 상황의 독자들이 그 소설을 읽는 행위를 통해 위안을 받고 있었다. 나는 무엇인가, 아주 개인적이고 섬세한 것을 함부로 엿보고 재단한 듯한 부끄러움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