걔네

마중

니루 2026.07.02 23:00 조회 14
남부의 날씨는 온후하다 못해 화끈하다. 아무리 체면을 차리는 귀족이라 할지라도 살기 위해서는 얇은 옷감을 찾고, 옷을 한 겹이라도 덜 걸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남부인들은 다들 밝은 색의 옷을 지어 입었다. 소매도, 기장도 짧았다. 최대한 살을 드러내고, 그런 살에 햇볕은 또 안 닿게 양산을 꼭꼭 챙겨 썼다. 그래야 덜 더우니까.
그렇다 보니 목까지 단단히 잠근 새까만 사제복을 발목까지 길게 드리운, 검정 일색인 존재는 눈에 안 띌 수가 없었다. 양산도 쓰지 않고 내리쬐는 뙤약볕 아래에 반듯하게 서있는 검은 머리의 소년은 땀 한 방울 흘리고 있지 않아 이질적이기까지 했다.
"안 덥습니까?"
그의 마중을 나갔던 나는 그 질문을 참을 수 없었더랬다. 마신의 총애를 한몸에 받는 성자. 교황이 되면 고생만 한다며 오히려 신이 절대 교황 같은 감투는 씌우지 않고 예뻐하기만 할 것이라 신탁을 내렸다는 소년은 신성함을 줄줄 흘리고 다니고 있었으니 땀을 흘리는 모습은 상상도 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신경이 안 쓰이진 않는 것이다. 겉보기에만 멀쩡하고 더운 거면, 양산에 부채질 담당 시종이라도 얼른 붙여줘야 할 것 아냐.
"신께서 저에게 적응의 은혜를 주셔서 진정으로 괜찮답니다. 제 손을 한 번 잡아 보시겠어요?"
"어⋯⋯. 실례합니다⋯⋯?"
화사하게 웃는 얼굴에 홀리듯이 그의 손목을 잡은 나는 뜨겁긴 커녕 서늘하게까지 느껴지는 성자의 체온에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쳐다보았는데, 정작 손목을 내주었던 그도 화들짝 놀라 크게 뜬 검은 눈동자로 나를 한가득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안 더우시군요⋯⋯."
"공자께서는 본래 이렇게 체온이 높으신가요?"
"저 정도면 평균적인 남부인의 체온입니다만⋯⋯."
"신기하네요⋯⋯."
오히려 그는 평소 느껴보지 못한 뜨거운 체온이 신기한지 내 손을 붙잡고 한참을 주물럭거렸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처음으로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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