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오이] 시간 선물
오이카와에게 받은 시계가 하나 둘 늘어가는 것을 보며, 이와이즈미는 마음을 굳혔다.
프러포즈를 하자.
니루 2026년 9월 20일 2,960자
#及川徹生誕祭2016
이와이즈미에게 생일선물로 손목시계를 줬다. 정장과 잘 어울리는 고급스러운 시계였다. 오이카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귀기 시작하고 나서부터, 매년 손목시계를 선물했다. 디자인도 브랜드도 다르지만, 받은 선물을 차고 나가서 멋진 시계라고 칭찬을 받으면 받았지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오이카와가 얼마나 고민해서 골라준 것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왜 항상 손목시계야?” 이유를 물었던 적이 있다. 무엇이 필요한지, 새로 사야할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오이카와가 굳이 손목시계를 고르는 까닭에 대해서.
“연인인 이와쨩이랑 같이 보낸 1년이란 시간을 기념해서.” 오이카와는 의외로 산뜻하게 대답했다.
그 후로도 여전히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를 사랑했고, 오이카와도 이와이즈미를 사랑했다. 생일을 맞아 휴가를 맞춰 휴양지로 여행을 가서 오붓하게 쉬고 오기도 하고, 야경이 좋다는 높은 호텔의 스위트룸에서 서로를 품에 안고 생일을 맞이하기도 하고, 시간이 엇갈려 생일이 끝나기 일보직전에 헐레벌떡 뛰어온 상대를 보고 웃으며 사이좋게 앉아 숨을 고르는 것으로 생일의 말미를 장식하기도 했다.
오이카와에게 받은 시계가 하나 둘 늘어가는 것을 보며, 이와이즈미는 마음을 굳혔다.
프러포즈를 하자.
오이카와는 이벤트를 좋아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소소한 서프라이즈에 한해서다.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고, 그걸 즐기기까지 하는 오이카와지만 자신의 몹시 사적인 부분을 남들에게 보이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그리고 프러포즈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다. 인터넷에서 본 화려한 프러포즈 따위를 했다간 오이카와의 얼굴을 평생 못 볼지도 모른다.
이와이즈미는 곰곰이 생각한 끝에 오이카와가 싫어할 만한 것을 빼고 좋아할 것만을 남겨보기로 했다. 어울리지 않게 거창한 뭔가를 준비해 이상한 결과물을 내놓는 것보다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깎일 부분이 없는 쪽이 분명 오이카와에게 좋은 점수를 얻을 것이므로.
그렇다면 이제 무엇을 남겨야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오이카와가 좋아할 걸 꼽아보자. 우선 배구, 우유빵, 그 이상으로 좋아하는 건……이와이즈미 하지메. 오이카와 토오루가 가장 많이 좋아한다고 말하는 대상은 이와이즈미다. 그건 확실하다. 확실한데……어떻게 주지?
그동안 오이카와가 말했던 것을 하나씩 되짚어 본다.
이와쨩은 옷을 못 입어도 너무 못 입어. 모처럼 뭘 걸쳐도 핏이 사는 몸인데 아깝다고. 혼자 옷을 사면 다 이 모양이야. 일단 그 열혈이라고 써진 티부터 버려도 될까?
그래, 일단 옷. 오이카와가 좋아할 만한 차림새!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오이카와가 코디해주는 정도를 혼자서 해낸 것뿐이잖아. 이와이즈미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다른 건 뭐가 있을까?
연인 사이엔 말이야, 무드도 중요한 거야. 데이트 할 때 어떤 장소에서 어떻게 같이 보낼지가 정말 중요하다고. 알겠어?
연애 초기에 들었던 말을 끄집어냈다. 중요한 일에는 그에 걸맞는 장소를 고르는 게 중요하다고 오이카와는 강조했다. 오이카와가 가보고 싶어 있던 호텔……맞아. 거기다. 그곳의 레스토랑이 그렇게 맛있다며 꼭 한 번 가보고 싶다고 했다. 그 호텔의 베이커리에서 파는 빵도 일품이라 오이카와가 가끔 퇴근하는 길 정반대편에 있는 그곳에 들러 빵을 사들고 왔던 것을 떠올렸다. 예약을 하자. 최대한 좋은 자리로. 이와이즈미는 곧장 전화번호를 찾아 예약을 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오이카와의 생일, 그 날에 예약이 가능했다. 가격은 확실히 있었지만, 일부러 좋은 와인 한 병까지 골라서 준비해달라는 주문까지 해두었다. 오이카와에게 지금 말해두면 당일에는 퇴근 시간에 딱 맞춰서 나올 것이다. 집에 들러 차려입고 호텔에 가도 시간이 모자라지는 않을 테니, 일단 오케이.
어제 받은 시계가 왼쪽 손목에 감겨 있다. 이 시계를 고르는데 오이카와가 얼마나 많은 정성을 들였을까, 그 시간동안 계속 자신을 떠올렸을 것이라 생각하면 오이카와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진다. 7월 20일까지, 힘내서 준비하자.
우선 오늘은, 데리러 가볼까. 오이카와에게 메일을 보냈다.
오늘 언제 끝나?
* * *
시간을 맞추기 위해 아껴뒀던 반차를 썼다. 이와이즈미는 미리 양해를 구했던 거지만, 오이카와의 경우에는 생일이라는 걸 안 동료들이 생일선물이라며 점심 시간이 시작되자마자 오이카와를 쫓아냈다. 훈련도, 일도 빼놨으니까 애인이랑 잘 해봐! 올해는 결혼 소식 들을 수 있겠지? 당사자인 오이카와보다 주변 동료들이 더 난리였다. 라고 오이카와가 조수석에서 실감나게 전해주었다. 결혼이라. 이와이즈미는 긴장되어 조금 축축해진 손으로 핸들을 꾹 쥐었다.
오이카와의 퇴근 시간에 맞추었던 계획에 조금 늦은 점심과 오이카와가 보고 싶어 하던 저번 주에 개봉한 영화 티켓 두 장이 추가되었는데, 오이카와는 아침부터 이미 싱글벙글 웃느라 평소보다 더 귀여워 보였다. 이와이즈미는 그런 생각을 하는 자기도 중증이라고 생각하며 시간에 맞춰 호텔로 이동했다.
“이와이즈미 하지메라는 이름으로 예약했는데요.”
“어서오십시오, 이와이즈미 님. 예약석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친절한 직원의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았다. 코스 요리이기 때문에 에피타이저부터 하나씩 나올 거라고 말하고, 테이블 세팅을 마친 직원이 공손히 목례를 하고 이곳을 나섰다. 건너편에 앉아있는 오이카와가 내내 히죽거리고 있었다. 직원이 나가니 기다렸다는 듯 말을 꺼냈다.
“이와쨩, 엄청 열심히 준비했구나?”
“신경 좀 써봤다. 맘에 드냐?”
“물론이지. 창밖이 잘 보여 경치가 좋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룸! 이와쨩도 하면 할 수 있는 남자라니까! 오이카와 씨는 너무너무 감동했어.”
아직 기뻐하기는 이른데 말이지.
도착 시간을 지정해 주문해두었던 꽃다발과 차 안에 숨겨둔 반지를 떠올렸다. 선물을 준비했다는 걸 알지만 그 정체는 모르는 오이카와는 집에 선물을 숨겨뒀을 거라 지레짐작하고 마음 놓고 기대를 하고 있는 모양인데, 이번 선물은 좀 색다를 걸. 오늘 준비한 최고의 선물은 모르는 척 시치미를 뚝 떼고 마주 웃어주었다.
“다 너한테 배운 거지, 토오루. 올해도 생일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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